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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잘하는 비결은,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
    PORTFOLIO/Interview 2022. 7. 20. 11:01

    뉴발란스 신발기획부 박동호 팀장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뉴발란스의 변화를 지켜보고, 그 변화를 이끌었다. 그의 입을 빌려 한국 뉴발란스의 성공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고, 그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2년도에 전략기획팀으로 입사했고요. 2013년부터 뉴발란스 신발기획팀으로 들어와서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신발을 좋아해서 많이 수집하곤 했는데요. 전공과 관계없이 휴학을 하고 신발 판매도 하고 공부도 하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랜드에 뉴발란스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고, 처음부터 뉴발란스에서 일하고 싶어서 이랜드에 입사했어요.

     

     

    Q. 뉴발란스 신발기획부에서 9년간 일하시고 팀장이 되셨다고요! 뉴발란스 신발기획부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뉴발란스 신발기획부는 한국 전체 뉴발란스 신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물량을 예측하고 스타일별 수량 결정을 하고요, 채널별 *아소트먼트 플래닝, 상품 발매 및 운영, 시즌 상품 국내 생산 등의 업무를 합니다.

     

    *아소트먼트 플래닝 : 채널별로 상품 라인업을 결정하는 일.

     

     


    뉴발란스, 전년 대비 
    76% 성장의 비결

     

     

    Q. 최근 대한민국에서 뉴발란스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어떤가요?

    19년도와 비교해서 20년에 37% 성장했고, 21년 4월 마감 기준으로는 76% 성장 중 입니다.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530, 327, 2002, 992같은 신발 모델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었고요. 덕분에 브랜드 이미지도 많이 좋아져서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요.

     

     

    Q. 대단하네요! 특별히 신발기획부에서 팀장님께서 하시는 역할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전략 수립, 발주 관리, 신상품 개발, 글로벌 소통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전략수립이라고 하면 어떤 고객을 타깃해서 어떤 가치의 어떤 상품을 제공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를 예로 들면 10대 고객을 포커싱해서 574 모델을 공급했었고요. 얼마전에는 어글리슈즈가 유행을 해서, 어글리슈즈를 개발하고 공급했던 것도 전략 수립의 일환이었어요.

     

     

    Q. 전략수립을 하려면 트렌드 조사가 정말 중요하겠어요.

    시장조사, 고객조사, 트렌드조사, 경쟁사 조사 이런 조사 분석은 기본입니다. 3C 측면의 분석은 늘 필요한 것 같아요. 나가서 경쟁사도 많이 다니고요, 길에서 착화 조사도 하고 고객들을 만나서 FGI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패션업에서 하는 고객조사는 다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9년간 뉴발란스 신발기획부에 계셨다니, 과거부터 지금까지 뉴발란스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처음 오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제가 처음 뉴발란스에 왔던 때는 웬만한 상품은 다 잘 팔리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13년도부터 뉴발란스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12년도가 가장 뉴발란스 신발 매출이 높았던 시기거든요. 뉴발란스가 거의 정상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당시에 터졌던 신발은 574 모델이었어요. 그 스타일만 누적 5백만족이 팔렸거든요. 저희가 5천만 인구니까 따지자면 10명 중 1명이 산 거예요. 그런데 트렌드가 지나고 다음 타자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했어요. 트렌드가 바뀌고 14, 15, 16년에는 많이 하락했었죠. 지금 다시 이런 반응을 얻기 까진 시간이 꽤 걸렸어요.

     

     

    Q. 어떻게 뉴발란스가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글로벌 브랜드여서 대부분의 상품을 글로벌에서 개발한 상품을 수입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어떤 모델을 개발하면 잘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개발할 수가 없어서 공급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라인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 담당자들이랑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한국 시장 리포트를 공유하면서 상품을 기획했는데요. 그게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잘되고 미국 유럽등의 웨스턴 쪽에서도 판매가 잘된 사례가 있었어요. 그 사례 이후에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올라가면서 한국의 의견을 상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생겼습니다. 9년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는 권한을 갖게 된 거예요.

     

     

    Q. 와. 그렇게 만들어진 모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많아요. CRT 300, 878, 608, 452, 530, 2002 같은 모델이 있어요. 제일 잘 된건 530 모델이었고요. 530 모델은 올해 말까지 누적 100만족 이상 판매 할거라 예상해요.
    530을 처음 제안한 건 17년도였는데 상품이 나온 건 20년이었어요. 처음에는 매번 거절을 당했었죠. 기본적으로 글로벌 브랜드는 로컬 시장에 특화된 상품을 출시하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정말 많은 거절을 당했고요. 거절을 피해서 조금씩 개발을 시도하면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알렸어요.

     

     

    Q. 그렇다면 뉴발란스 본사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알렸던 첫 사례도 궁금해요.

    18년도에 나왔던 608을 예로 들면 좋을 것 같아요. 608 신발은 18년도에 한국의 젊은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608 모델의 원래 용도는 CROSS TRAINING 신발이라고 해서 체육관에서 헬스할 때 신는 신발이에요. 미국에서는 노인분들이나 몸으로 일하는 분들이 작업화로 신는 신발인데 동양의 한 분단국가에서는 젊고 멋있는 친구들이 패션화로 신으니까, 글로벌에서 좋은 피드백이 있었어요.

     

    사실 글로벌에서는 기능성 신발을 *복각하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 기능성 신발은 항상 최신 기술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게 스포츠 브랜드의 자존심이고요. 그런데 그것을 패션화로 풀었을 때 판매가 잘 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입증했죠.

     

     

     

     

     

    일 잘하는 비결은
    사람을 이해하게 하는 인문학

     

     

    Q. 여러 경험들을 통해 깨달았던 팀장님만의 ‘일 잘하는 법’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즈니스는 결국 돈을 벌어야 유지가 되는데, 그 돈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라서요. 저희는 신발은 팔지만 신발도 사람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면 어떤 비즈니스를 해도 원리는 비슷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고민과 관찰을 많이 하고요, 책도 많이 읽고 있어요.

     

     

    Q. 직장인이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집이랑 회사 거리가 1시간이어서, 출퇴근 지하철에서 많이 읽고 있어요.

     

     

    Q. 책이 비즈니스에 적용된 예시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설명하기가 어렵긴 한데요. 책이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영감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개념을 책에서 보았는데요. 사람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의사 결정을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처리를 하고, 논리로 합리화하는 소비 형태가 있다는 거예요.

     

    고객조사를 하면서 그 개념이 일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고객에게 ‘왜 샀는가?’ 질문하면 언제나 ‘예뻐서 샀다’고 대답해요. 그런데 계속 ‘왜’라는 질문으로 구매 과정을 추적하면 스스로 외적요소를 판단하는 선택보다는 주변의 영향을 받아서 예쁨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들어 327이라는 하루에 2만 5천족씩 팔리는 인기 모델이 있는데요. 그 신발 샘플로 처음 고객 조사를 했을 때는 한 명도 ‘예쁘다’고 안했어요. 그런데 그 모델이 콜라보레이션 발매를 하고 리셀가가 형성되니까 다음 고객 조사에서 모두가 ‘예쁘다’고 반응을 하기도 하는 거예요.

     

    고객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요소는 디자인 외에 다른 곳에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상품을 만든다면 더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보고요. 그래서 이전에는 대중적이고 많이 팔 수 있는 걸 개발했다면, 최근에는 적게 팔아 리셀가가 형성되는 신발을 만들면 동일한 스타일의 다른 컬러들도 영향을 받아서 크게 인기를 끌 것이다는 가설로 상품을 만들었어요. 그런 모델들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신발을 신었으면 좋겠어요

     

    Q. 뉴발란스 신발기획부는 어떤 팀인가요?

    잘하는 팀이에요. 저는 저희 팀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어떤 팀보다 깊이 고민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생활화 되어있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몰입하는 팀이에요.

     

     

    Q. 팀장님은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되게 까탈스러운 리더예요. 이곳에서만 9년째 일하다보니까 뭐 하나 곱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어요. 걱정이 많고 뭔가를 잘 안믿는 타입이기도 해요. 기획자는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잖아요. 대안을 한 두개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열 개 스무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 결과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충분히 잘 정리한 결과물에도 더 많은 걸 요구하곤 하니 쉽지는 않을 거예요.

     

     

    Q. 이 자리를 빌려, 뉴발란스 신발기획부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주세요.

    이 기사에 올라오는 사진 캡쳐해서 공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Q. 마지막으로 꿈꾸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뉴발란스가 1등 신발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딱 뉴발란스가 좋았다기 보다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어서 뉴발란스에 왔는데요. 이곳에서 일하고 브랜드 이해도가 높아질 수록 좋은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짧은 예로 뉴발란스는 기업의 창립 목적 자체가 발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고, 오래 서있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기업이기 때문에, 성실하고 배려심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편한 신발이라고 자부를 하고요. 개인적으로 멋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못느낀다고 하잖아요. 공기도 못느끼고, 몸의 장기도 못느끼는데 부족하거나 아프면 그제야 느껴지잖아요. 신발도 편하면 안 느껴지지만, 조금만 불편해도 고통이 아주 오래 가거든요. 발이 중요한 신체의 일부인 만큼 신발의 디자인만으로 평가되지 않고, 편안함과 가치에 의해 평가되고 선택되면 좋겠어요. 저희 팀에서도 더 좋은 신발을 만들고, 신발의 지식을 전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신발을 신고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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