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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아카이브, 기록 속의 탄생
    PORTFOLIO/magazine 2024. 8. 8. 00:34

     

     

    2018년 9월 2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무려 2,000만여 점에 달하는 소장 자료가 소실되었죠. 전체 소장품의 90%가 영원히 사라진거에요. 학예사들은 소장품을 구하기 위해 위협을 무릎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역부족이었죠.

     

    이 화재를 두고 현지 사람들은 '브라질의 역사와 꿈이 다 불타버렸다'며 한탄했죠. 브라질의 국립 박물관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 세계 각지에서는 과거 유산 보존에 더욱 힘을 쏟고 있어요. 

     


    Chapter 1

    세계 명품 브랜드의 대표 아카이브 

     

    과거의 기록들이 보존하는 곳을 아카이브라고 불러요. 아카이브에 보존된 자료는 연구, 전시, 디자인 나아가 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표로서 활용되고 있죠.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떠오르며 다양한 분야에서 자료들을 온전하게 보관하는데 힘을 아끼지 않고 있죠. 

     

     

     

    1451년에 세워진 로마 교황청의 도서관, 바티칸 도서관(Vatican Library,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도 그중 하나에요. 최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경' 과 같은 인류 유산들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열람하기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을 추진 중이죠. 

     

    패션산업에서도 아카이브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역사와 본질에 가치를 두는 브랜드는 아카이브를 축적해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지속적으로 아카이브를 축적하고 있어요. 샤넬의 공방들에는 저마다 다른 카테고리의 아카이브가 구성되어 있죠.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공방들을 방문하며 영감을 얻는다고 해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더 나아가 박물관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피렌체에 위치한 페라가모 박물관에는 초창기 구두를 만들 때 사용되었던 두구들과 초기 디자인들, 그리고 제품을 활용한 작가들의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죠. 

     


     

    Chapter 2

    국내 유일 이랜드 패션 아카이브 

     

    외국 럭셔리 브랜드와는 달리 국내 패션 시장은 아카이빙에 소극적이에요. 외국 브랜드들과 견줄만한 규모의 아카이브는 찾아보기 힘들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랜드가 세계적인 규모의 패션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어요. 의류샘플 28만 벌과 디자인 전문서적 1만 7000여 권까지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모죠. 

     

     

     

    이랜드의 디자이너들은 국내외로 시장조사를 다니며 세계 각국의 의류들을 수집해왔어요. 샘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6년 가산동에 첫 아카이브를 구축했죠. 이후 샘플들이 계속 늘어나자 2009년 답십리에 추가로 아카이브를 마련했어요. 답십리는 이랜드 패션사업 초기사옥이 있었던 곳으로 아카이브 공간으로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죠. 

     

    아카이브를 온전하게 보존하려는 노력도 남달라요. 재질에 맞춰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죠. 온도는 16~24도, 상대습도는 45~63을 유지할 수 있는 항온항습기를 상시 가동하고 있죠. 또 화재에 대비해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되어 있어요. 소장품 훼손의 우려가 있어 물을 사용하는 스프링클러는 지양하고 있죠. 

     


    Chapter 3

    돌아오는 패션 트렌드 

     

     

    이랜들의 패션 아카이브는 이랜드 디자이너들이 신규 컬렉션, 또는 트렌드 아이템을 디자인할 때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해요. 패션 트렌드는 돌고 돌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보존된 샘플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제품을 개발하죠. 

     

    최근 후야유에서 아카이브의 활용으로 개발한 제품이 있어요. 당시 레트로 열풍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시티 재킷(Varsity Jacket)이죠. 이랜드 패션 아카이브에는 198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의 바시티 재킷이 학교별로 보관되어 있어요. 후아유의 디자이너들은 아카이브에서 바시티 재킷의 소재와 패턴을 참고해 80년대 미국 패션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죠. 

     

     

     

    스파오의 케이블 스웨터(Cable Sweater)도 아카이브의 활용으로 개발되었어요. 케이블 스웨터는 꽈배기 모양의 직조 패턴이 특징이에요. 1800년대 후반, 아일랜드의 아란 제도(Aran Islands)에서 어부의 밧줄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전해지죠. 스파오의 자수 케이블 스웨터와 자수 케이블 베스트는 아카이브의 케이블 스웨터를 참고해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했어요. 케이블 니트 패턴을 유지하고 자수 패치로 포인트를 주었죠. 

     

    "트렌드는 빈티지에서 시작하고, 시대에 따라 돌고 돌기 때문에 예전 의류를 공무하는게 중요하죠."

     

    아카이브는 이랜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보물창고로 불려요. 보관되어 있는 수십 년 전의 그래픽과 패턴, 그리고 소재와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에요. 아카이브의 샘플 연구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대에 맞는 형태로 디자인했을 때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브라질은 안타깝게도 거대한 아카이브를 잃었어요. 과거 유산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아카이브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죠. 이랜드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카이빙을 지속해왔어요. 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아카이브로부터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기 위함이죠. 패션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유산의 가치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이랜드의 노력은 계속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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